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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가 탐탁지 않은 이유

생각정리안되는놈 2019. 7. 1. 03:04

 

나는 문과를 탐탁지 않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맨날 무섭다고 찡찡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몇 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전이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4:1로 처발라 버린 역사적인 사건 다음날, 신문에는 이렇게 기사가 났다. <무서운 인공지능의 도약, 이대로 괜찮은가>. 뭐 완벽한 기사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충 비슷했다. 아마 3:0으로 발리고 나서 난 기사였을 것이다. (3:1이 된 이후에는 <역시 인간은 강하다> 뭐 대충 이런 기사가 났으니까).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비슷하게 인공지능이 발전했을 경우 인간이 지배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위주로 발표했다. 그 당시 같이 PD를 준비하던 친구들(대부분 문과)의 반응도 비슷했다. '어떡해.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의 일자리도 뺏어가는 거 아니야?', '무섭다...'.

반면, 나는 놀라웠다. 인공지능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니. 역시 인류는 대단하구나 싶었다. 또한 내 주변 공대 친구들도 모두 감탄했다. 도대체 어떤 알고리즘으로 짠 것인지 궁금해했고, 찾아보고 감탄했다. 이런 생각을 한 알파고 제작진이 위대해보였고, 이런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류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상상했다. 문과들이 느꼈던 공포와는 정반대였다. 

같은 사건을 두고 공포와 감탄을 느끼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내 생각엔 '지식'의 차이다. 인간은 원래 모르는 것에 공포감을 느낀다. 원시시대 큰 소리와 비바람을 몰고오는 천둥번개를 보며 '신이 노하셨다.'라고 생각하며 제사를 지내던 원시부족들은 그저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요즘 아무도 천둥번개가 친다고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번개란 구름의 입자와 대기의 입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전자의 이동일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알면, 더 이상 무섭지 않다. 그리고 번개를 조종할 생각을 하게 된다. '전자의 이동이라면, 피뢰침을 세워 우리가 번개를 맞지 않게 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인류는 피뢰침을 발명했다. 

한때 인문학 바람이 분 적이 있다. 인문학적 사고가 중요하다며 철학이니, 국문학이니 유행했다. 한마디로 '문과의 지혜'가 유행했다. 좋다. 분명 필요하다. 신학과 공학을 중재해주는 철학의 존재가 인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듯 문과 이과로 나뉘는 이상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 인문학 바람이 불어 이과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이런 바람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불만인 것은 왜 '공학적 사고'는 유행하지 않는가였다. 인문학이 중요한 만큼 공학도 중요하다. 세상의 물질들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문과의 지혜'도 필요하지만 '이과의 지식'도 필요하다. 힘이란 무엇인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물리 법칙이 무엇인지, 문과들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문과들은 딱히 배울 생각이 없다. 대부분의 문과는 수학이 싫어서 선택했기 때문에 중고등 과정에서 수학을 등한시했고 이는 문과들이 수학이 주 원리가 되는 물리, 화학 같은 공학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공학에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언제나 사회 현상을 인문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하게 된다. 지식이 바탕이 된 지혜가 아닌, 지식이 없으니 짜내는 지혜, 다른 말로 하면 뇌피셜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습관이 생긴다. 

그래서 난 문과가 탐탁치않다. 문과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좋게 말하면 휴머니즘이지만 내가 봤을 땐, 그냥 알아보려는 노력하지 않는 겁쟁이의 좁은 식견이다. 이 나라에 '문과의 지혜'뿐만 아니라 '이과의 지식'도 유행했으면 좋겠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바람이 불고 있다니 불행 중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코딩을 배워보면 인공지능이 얼마나 대단한 지도 알 수 있고, 어떻게 인간이 인공지능을 지배할 수 있는 지도 알 수 있다.

부디, 초딩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문과들, 아무것도 모르는 17세의 나이에 그저 순간적인 기호( 수학이 싫으면 문과, 암기가 싫으면 이과)로 인해 나뉘는 문과 이과라는 괴랄한 대한민국 교육 정책의 피해자들이 '이과의 지식'을 배워 인류의 발전을 공포가 아닌 감탄으로 느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이과들도 '문과의 지혜'를 배워 삶을 논리와 이성만이 아닌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아아, 대한민국 교육이여~ 오호통재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