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인싸인가 아싸인가카테고리 없음 2018. 12. 7. 00:30
-나는 인싸인가 아싸인가.
얼마 전 스터디원들과의 회식에서 나온 주제였다. ‘나는 인싸인가 아싸인가’. 요즘 유행하는 인싸 아싸를 서로가 평가해보기로 했다. 5명으로 이뤄진 스터디원들은 서로에게 ‘넌 대화를 주도하지 못해, 하지만 자신만의 개그를 눈치 보지 않고 끝까지 한다는 점에서 약한 인싸야’라는 식으로 인싸와 아싸를 나눠주었다. 대부분 일치했다. 한 명이 보는 눈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에게 와서는 그 평가가 갈렸다. ‘완전 아싸지’, ‘아냐 아싸인 척하는 인싸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내 생각에 나는 ‘아싸인 척하는 인싸인 것처럼 보이는 아싸’다.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싸처럼 보는 사람들도 있고 인싸처럼 보는 사람들도 있고, 아싸인척하는 인싸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본질은 보지 못했다.
아싸인 척하는 인싸인 것처럼 보이는 아싸. 이 무슨 개소리인가 싶지만 정말이다. 먼저, 나는 태생적으로 아싸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친한 친구 몇 명만 만나는 걸 좋아한다. 대세와 트랜드를 반골적으로 싫어한다. 남들이 좋다하면 일단 거부감을 갖는다. 남들이 좋아하는 걸 내가따라 좋아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 머리스타일도 절대 댄디컷은 하지 않는다.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들었지 댄디하게 자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외모는 태생적으로 만만하다. 만만해 보이기에 친구들이 다가온다. 그리고 실제 건드려보면 만만하다. 아무 개그나 던져도 받아주고, 이야기를 잘들어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고, 그중에 인싸들도 있다. 난 사실 그저 재미없는 개그를 받았을 때 어색함을 견디기 싫어 리액션을 해주는 건데, 딱히 말할게 없어서 들어준 건데 오해하고 내게 다가온다. 그렇게 되면 이제 인싸처럼 보이는 아싸가 된다.
하지만 난 여전히 아싸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나 아싸야’ ‘나? 개 찐따지’라며 말하고 다닌다. 실제니까. 난 아싸처럼, 찐따처럼 살고 싶다. 나 자신을 병신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면 인생이 편하다. 굳이 잘할 필요도 없고, 웃길 필요도 없다. 나는 아싸니까, 찐따니까. 남들과 비교하지도 않게 된다. 그렇게 행동하다 보면 이제 ‘아싸인 척하는 인싸인 것처럼 보이는 아싸’가 된다. 완성이다!
그날 회식에서 나에 대해 인싸 아싸를 나누던 대화 주제는 갑론을박을 이어가다 결국 도대체 인싸와 아싸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냐로 흘러갔다. 도대체 인싸와 아싸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들 의견이 달랐다.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 인싸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인싸다.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아싸다. 인싸보다 아싸가 천재일 가능성이 높다. 등. 결국 인싸와 아싸의 기준조차 모호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싸인 척하는 인사인 것처럼 보이는 아싸’라는 나만의 기준도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거다. 그냥 난 나다.
(2018.09.03 과거의 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