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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나의 엄마)
-친구의 정의
한 번은 친구의 기준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각자 돌아가면서 본인만의 친구의 기준을 말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만났을 때 웃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 같이 욕할 수 있는 사람.
내게 친구란, 웃음 코드가 같은 사람이다. 살다 보니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슬플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고 하지만 사실 슬픔은인간이 공유하기 가장 쉬운 감정 중에 하나다. 슬픔이란 공포이기도 한데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대게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웃음은 공유하기 힘들다. 슬픔이 공포라면 웃음은 이득이라 볼 수 있다. 이득에는 각자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고 이런 욕망은 각자 살아온 인생과 가치관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하게 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같은 웃음 코드를 갖기 힘들다. 그만큼 웃음 코드가 같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나의 웃음 코드는 금기 없음이다. 생각에 필터링을 하지 않는 것이 웃음이다. 얘가 상처받을까, 고민하면 금기가 된다. 그냥 뱉어야 한다. 솔직함이 웃음이다. 물론, 나에 대한 솔직함도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하면 상대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친구가 패드립을 날려도 재밌다면 상관없다. 그에게는 악의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도 안다. 극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와 서로 동의한다면 상관없지 않은가.
물론, 동의하는 친구를 만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내가 만나자마자 초면에 필터링 없이 말을 뱉지 않으니까. 오랜 시간을 두고 만나다 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나랑 비슷한 놈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친구가 된다. 지금 내게는 이런 친구가 2명이 있다.
나의 친구론을 들은 한 사람이 물었다. “그러면 앞으로는 친구 못 만들 것 같은데”. 맞다. 못 만난다. 하지만 상관없다. 애당초 만날 생각이 없으니까. 이미내게는 나랑 웃음 코드가 같은 친구가 2명 있다. 이 둘이면 충분하다. 충분하다 못해 많다. 살아가면서 진짜 친구를 한 명 만나기도 어려운데 난 두 명이나있으니 말이다.
“그럼 너무 폐쇄적인 거 아닌가?”
내 친구론을 들은 한 사람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꼭 웃음 코드까지 같은 ‘불알 친구’가 될 필요가 있을까. 세상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 웃음코드가 맞는 친구, 취미가 맞는 친구, 관심사가 맞는 친구 등. 결국 친구란 재밌기 위해 만나는 것이다. 만나서 재밌기만 하면 왜 친구가 아니겠는가. 다만, ‘불알 친구’가 되진 못할 뿐이다.
그렇다면 ‘불알 친구’와 ‘친구’의 차이는 무엇인가. 난 기대라고 본다. 나는 내 불알 친구들에게는 기대한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기에 내가 해준 만큼 친구도나중에 해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그냥 ‘친구’에게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대하지 않는다. 똑같이 먼저 나서 도움을 주고 더 도와줄 것이없나 고민한다. 대신 그 친구도 그래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된다.
기대를 안 하면 편하다. 기대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해도 충분하다. 기대하지 않으면 불만도 없다. 어차피 내가 기대를 하건 안하건 해줄 놈은 해주고 안 해줄 놈은 안 해준다. 내가 기대한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까 상대방이 어떻든 그냥 난 나대로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p.s. 소사이어티 게임 게시판에 적힌 나에 대한 댓글 중에 “상처받아놓고 쿨한척하는 요즘의 20대”라는 글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2018.09.04 과거의 일기 중)
(신기하게 글이란 게 지나고 나면 잘 써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과거의 일기들을 올려놓고 싶다. 하지만 요새 약간 내 블로그를 공개하다보니까 뭔가 나도 모르게 의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지금은 새로운 일기를 안쓰려고 한다. 그런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과거의 명필 일기를 올려야지. 라고 말하는 것 조차 뭔가 의식해서 쓰는 것처럼 됐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것도 나의 숙제...라고 말하는 것도 의식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도 의식하는 것 같고, 계속 의식하는 것 같다고 쓰면서 웃길려고하는 것도 의식하는 것 같다. 모르겠다. 역시 인간은... 인간을 신경쓰면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