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그리고...카테고리 없음 2019. 2. 17. 22:25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이라고.
내 인생도 그럴 것이다. 취업을 했으니 남들에게는 희극처럼 보일 것이다. 잘난 직장이고 못난 직장이고를 떠나, 30살이 넘은 나이에 다행이 직장을 얻었고, 꿈이던 방송사에 취업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내 인생 역시 비극이다. 정말 가고 싶었던 직장에 가지 못했다. 올 생각도 안 했던 방송사에 덜컥 필기 시험이 붙어 연습이나 해볼겸 갔던 실무면접에서 역시나 내 마음 가짐은 몸 밖으로 드러났다. 실무 평가를 하면서도 잔뜩 긴장한 다른 참가자들과 다르게 여유롭게 자리를 왔다 갔다 마치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을 하고(실제로 나 스스로를 스티브 잡스라 생각하며 발표하긴 했다. 여유로워 보이면 간지나는 느낌...이랄까? 크큭..), 별 생각 없었기에 이름표를 잃어 버리고 내 순서를 까먹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 진행된 면접은 '그런데.... 간절해보이지가 않아요. 하나만 더 물을게요' 의 무한 반복이었다. 아마 심사위원들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붙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 합격을 두고 '태도가 별로다 떨어뜨리자'파와 '실무 평가를 잘했으니 뽑자'파가 나뉘었다고 들었다. 비율은 9:1. 사실상 떨어지는 것이었지만 어떻게 된지 몰라도 붙었다. 솔직히 떨어뜨리는 게 말이 안된다. 내 생각에 실무 평가에서 내가 젤 잘했으니까. 이건 팩트다. 나는 매우 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니까 팩트임에 틀림없다.
들어왔으니 된 거 아니냐 라고 할 수 있지만 방송국은, 철저하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 팀을 꾸리는 직장이다. 실무 평가에서 날 안 좋게 본 90%의 심사위원들이 나와 팀을 하려 할 리가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중에 내가 가장 가고 싶던 팀이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일반인 밀폐 생존 서바이벌 쇼'를 만드는 팀이었다. 킹종갓의 뒤를 이어 '일반인 밀폐 생존 서바이벌 게임쇼'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나에게 그 팀은 '원하지 못 하는 방송국에 가지 못한 한'을 치유까진 아니어도 보듬어줄 수 있는 반창고였다. 하지만 실무 평가 때 '태도가 별로다 떨어뜨리자'파였던 그 팀의 팀장이 날 데려갈 리 만무했다.
원하는 것이 뚜렸하다는 게 단점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뭐든지 뚜렸하면 좋은 줄 알았으니까. 얼굴은 항상 '희미하게 생겼다'라는 말을 들어도 꿈은 뚜렸하기에 당당했는데, 뚜렷함은 직장을 다니는 내내 가시처럼 내 마음을 쿡쿡 찔르고 있다. 그 원인은 내게 있는 것이 맞다. 내가 '원하던 회사'가 아니었기에, 나는 '간절하지 않았고', 간절하지 않았기에 나도 모르게 내 행동에서 베어나왔고, 이런 태도 때문에 난 환영받으면서 들어오지 못했다. 한 마디로 내 탓이다. 이 때문에 요즘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비록 취업은 했지만 내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다. 이 방송사가 구리고 별로여서라기보다, 내가 원하는 곳에 가지 못 한 것에 대한 분노다. 내가 간절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한 결과가 날 환영하지 않는 것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그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기에 나온 태도 때문이라는 것에 부아가 치민다. 그런 분노가 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서 인지 현재 방송국 최고의 팀에 있어서도 행복하지가 않다. 현실과 타협한 것 같은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않기에 행복하지도 않다.
하튼, 이렇듯이 내 인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그런데 비극적인 상황도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희화화다. 나의 비극적인 상황을 주변 친구들에게 웃픈 이야기로 털어놓아 친구들을 웃길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웃음은 우월감'이기 때문이다. 내 비극을 이용해서 자조적으로 희화화를 하면, 친구들에게는 이보다 웃긴 소재가 없다. 내 스스로 그들을 우월하게끔 만들어주니까. 그래도 상관없다. 누군가를 웃겼다는 사실이 날 가치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니까. 힘든 시절이야기는 언제나 재밌다. 그래서 남자들이 항상 군대 얘기를 빼놓지 않는 것 아닐까. 즉, 비극적인 상황은 웃음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는가! 이 세상의 비극의 숫자와 희극의 숫자는 같다고. 크~ 참 세상에는 천재들이 많다. 그리고 이걸 깨달은 나 또한...천재...랄까..? 크큭.
하여튼, 찰리 채플린의 명언에 한 문장 더 얹어 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그리고... 비극은 옆에서 보면 웃음이 된다.'
힘든 세상, 그 누가 안힘들겠는가! 다 안다! 서로의 인생이 비극이라는 걸. 그렇기에, 우리 서로 자신의 비극으로 상대방에게 웃음을 선사해보면 어떠겠는가! 마치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밥을 못먹게 만든 기다란 젓가락처럼말이다! 자신의 입에 가져가지 말고 상대방에 입에 넣어주면서 살아가자! 우하하하하!!!